동네 합창단은 무엇으로 사는가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
동네 합창단은 무엇으로 사는가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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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노병옥
조형근 | 사회학자
“남자들끼리 모이면 술 먹고 당구 치고 노래방만 가네요.” 2015년의 어느 봄날, 이웃이자 지역 활동가인 ‘마담’이 한소리를 했다. 그 전해 서울을 떠나 파주로 이사 와서 동네 생활이라는 신세계를 접하고 한창 어울리던 무렵이었다. 술, 당구, 노래방 자체가 나쁠까? “그것 말고는 할 게 없나요?”라는 질문이 뜨끔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의 친교는 과했다. 금요일 밤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종종 토요일 밤마저 그랬다. “남성 합창단 하면 어때요? 참 좋아 보이던데.” 귀가 번쩍 뜨였다. 대학가요제 나가자며 동무들과 기타 치고 노주택마련
래 부르던 청소년 시절이 떠올랐다. 시큰둥한 중년들을 어르고 꼬드겨 6인조 미니 합창단이 출발했다. 파주에서 노래하는 라온(‘즐거운’의 순우리말) 마을사람들, 파노라마의 시작이었다.
첫 연습곡은 쉬운 멜로디가 반복되는 3성부 곡으로 골랐다. 악보를 보더니 흰 것은 무엇이고 검은 것은 무엇이냐, 묻는 이 여럿이었다. 노래방에서 붕붕 날던 이소비자동향조사
들이 계속 버벅댔다. 괜히 시작했나, 후회가 몰려왔다. 연습이 끝날 즈음이 되자 놀랍게도 조금씩 소리가 어울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래방만 찾던 중년 남성들이 합창에 재미를 들였다. 연말 마을 잔치에서 남성들이 3중창으로 노래를 부르자 여성들이 깜짝 놀랐다. 맨날 술만 먹는 줄 알았는데 화음을 낸다며 신기해했다. 창업자금지원
이렇게 재미있는 걸 남자들끼리만 하고 있었느냐며 같이 하자고 나섰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 그렇게 여성들이 합류하며 혼성 합창단이 됐다. 음악 소양이 풍부한 여성들이 들어오자 합창단은 일취월장, 더욱 풍성해졌다.
동네에서 노래 부르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이 나자 공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역신문과 도서관 행사에서, 이주노동자센터나 시휴대폰 요금 계산기
민단체 행사에서,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노래를 불렀다. 5년 만에 자체 공연도 했다. 지난해 4월16일에는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에 시민합창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여성과 남성, 아이와 어른, 한국인과 외국인, 원주민과 이주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린 25명 단원이 10주간의 연습 끝에 화랑유원지 무대에 섰다. 합창을 마치며 노란 종이비행기부산 아파트 매매
를 함께 날릴 때 우리 단원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합창을 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즐거움일 것이다. 화성의 어울림이 주는 미적 감동의 체험이 있다. 언젠가 들국화의 노래 ‘또다시 크리스마스’를 연습할 때였다. 소프라노와 알토 각각의 멜로디가 별로인 듯했다. 이윽고 합쳐서 부르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황홀해서 모두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전북은행
그 영상이 재미있어서 가끔 보게 된다.
합창을 하고 싶어도 쉽게 마음을 못 먹는 이가 많다. 서로 다른 음색과 멜로디가 섞여 어울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좋은 지휘자, 반주자, 편곡자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그저 동네 합창단이라 그런 욕심을 버렸다. 우선 지휘자가 없다. 서로 의논하며 연습한다. 반주는 내 기타로 하고, 때로 피아노삼성화재 보험설계사
반주자를 모신다. 지인의 사정이 허락하면 편곡을 받고, 안 되면 시중의 악보를 산다. 대다수 인원이 꾸준히 함께 연습해야 하는데 동네 사람들끼리 규율 세우기도 어렵다.
여럿이 함께하다 보면 생각도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재미에 무게를 둔다. 서로 충만해지는 것 자체가 의미다. 다른 이는 노래에서 더 깊은 의미를 길어 올리고 싶다. 노래를신용불량자대출가능한곳
통한 세상과의 연결을 꿈꾼다. 어떤 이는 소박한 소리가 좋다. 다른 이는 소리를 좀 더 가다듬고 싶다. 때로 의견이 갈리고 어긋남도 일어난다. 사람도 바뀐다. 그럭저럭 지금까지 이어지는 게 신기하다.
동네마다, 지역마다 아마추어 합창단이 있다. 여기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이론들이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이탈리아 북부와기업파산신청
남부 사이에 신문 구독률, 시민단체, 스포츠 클럽, 합창단 등에 대한 참여도가 크게 차이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합창단 등 동아리 활동을 통해 쌓인 사회적 유대감, 신뢰가 ‘사회적 자본’이 된 북부가 경제 발전이 월등했다는 것이다. 동네 합창단 활동이 경제 발전에 유리하다면 좋은 일이기야 하겠지만, 그걸 합창단 활동의 의미라며 내세우기는 어렵지 않을까?한국신용평가정보 콜센터
19세기에 시작된 독일 민간합창단 운동의 주된 레퍼토리는 독일 민요였다. 취미 생활과 친교를 넘어 독일 통일을 지향하는 국민운동으로 발전했다. 패전 뒤 일본에서는 공산당 주도로 ‘우타고에(노랫소리)운동’이라는 합창단 운동이 번성했다. 직장과 학교, 우타고에 카페를 중심으로 수많은 합창단이 생겨나 활발히 활동했다. 1970년대에 공산당과 관계를 끊은 이후에도 평화와 인권을 노래하며 수백개 합창단이 활동 중이다. 1980년대 후반 공영철도 제이알(JR) 민영화에 맞서는 싸움에서 나온 ‘인간의 노래’ 같은 명곡도 우타고에운동의 산물이다.
평범한 동네 사람들이 모인 우리 동네 합창단 이야기도 훗날 어떤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게 될까?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의미를 염두에 두고 함께 노래하는 건 아니다. 다만 긴 시간 노래하다 보면 나는, 우리는 왜 노래하는 걸까, 고민도 하게 되는 것일 뿐.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하는 416합창단 단원 안명미님이 10주기를 맞아 한 말이 위로가 됐다. “합창이라는 게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서로 튀지 않게 둥글게 화음을 내는 거더라고요. 옆 사람과 조화를 맞추면 그걸로 충분한 거. 합창단을 오랜 세월 했는데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목소리를 막 크게 내려고도 하지 말고, 너무 열심히도 말자. 내 자리를 지키는 걸로 충분하다.”(‘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그렇게 자리를 지켜온 우리 동네 합창단이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주말 동네책방 문화공간에 모여 잔치를 벌였다. 창립 단원부터 신입 단원까지,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영상을 보며 웃었고, 먼저 떠난 이를 기억하며 울었다. 아이들이 떠들어서 힘들던 연습 시간이 어느덧 정숙해졌다. 못내 아쉬웠는데 젊은 단원들이 새로 들어오면서 다시 아이들 웃음소리, 칭얼대는 소리로 가득하다. 재미와 의미 사이 경계를 오가며 서성인 시간이 흘렀다. 나도 너무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오래 자리를 지키자고 마음먹는다.